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재활용장 CCTV 설치, 정말 효과 있을까? 실효성과 부작용까지 파헤치기

by 하얀바람79 2025. 5. 3.

 

쓰레기 무단투기와 잘못된 분리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활용장에 CCTV를 설치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재활용장에 설치된 CCTV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주민 반응과 관리 측면의 실질적 변화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다. 더불어 사생활 침해 우려, 비용 대비 효율성 등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점도 함께 짚어본다.

“CCTV 하나 설치했을 뿐인데”… 진짜 변화를 만든 감시의 힘

도시 곳곳의 재활용장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무단투기, 분리배출 미이행, 쓰레기 혼합 배출 등은 이미 일상적인 문제가 되었고, 관리사무소와 지자체는 반복적인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많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 바로 CCTV 설치다. “눈이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이 제도는, 지난 몇 년간 전국 곳곳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인천 연수구, 부산 사하구 등은 재활용장 CCTV 설치 이후 무단투기 민원이 30~7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필자가 방문한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같은 결과가 관찰되었다. 해당 단지는 2023년 초 재활용장 두 곳에 고화질 CCTV를 설치했으며, 설치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분리배출 오류 건수가 현격히 줄었고, 관리사무소로 들어오는 관련 민원도 반 이하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관리소장은 “설치 이후, ‘감시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평소 무심코 버리던 사람들이 스스로 한 번 더 확인하고 가는 모습이 확실히 늘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람이 지켜보고 있지 않더라도 기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은 상당한 억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소위 ‘파놉티콘 효과’로도 불리는 현상으로, 심리학적 근거가 충분하다. 문제는 단순히 감시를 넘어서, 이러한 시스템이 ‘경각심’을 넘어 ‘학습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CCTV가 설치된 이후, 주민들끼리 서로 분리배출 규칙을 안내하거나, 부적절한 배출에 주의를 주는 장면도 종종 목격되었다. 즉, 단순한 기술의 도입이 공동체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CCTV 설치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CCTV 설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무단투기 감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대단지는 2022년 말, CCTV 3대를 재활용장에 설치한 이후 월평균 무단투기 건수가 기존 52건에서 13건으로 줄어들었다. 단순한 수치 감소 이상의 변화도 나타났다.

첫째, 재활용품의 품질이 향상되었다. 설치 전에는 종이류에 음식물이 묻거나, 페트병에 담배꽁초가 들어간 상태로 배출되는 일이 다반사였으나, CCTV 설치 후 주민들의 배출 습관이 개선되면서 분리의 정확도와 세척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둘째, 관리 인력의 업무 강도 감소도 중요한 효과 중 하나다. 기존에는 관리인이 매일 쓰레기장을 돌며 눈으로 분리상태를 점검하거나, 무단투기를 수작업으로 수거해야 했지만, CCTV 기록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특정 시간대나 사용자에 대한 집중 관리가 가능해졌다. 셋째, 재활용장 주변의 청결도 유지가 쉬워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감시당한다’는 인식이 환경 정화 행동으로 이어져, 주민 스스로 쓰레기를 주우거나 배출 규칙을 지키려는 태도가 확산되었다. 또한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CCTV를 활용해 ‘잘 지킨 사례’를 게시판에 공유하거나, ‘모범 세대’를 선정해 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의 긍정적 보상 시스템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주민은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거나 “누가 찍히는지도 모르고 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야간에 쓰레기를 버리는 1인 가구나 고령자들은 감시가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CCTV 설치와 함께 반드시 명확한 고지, 안내판 설치,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설치 비용(1대당 약 80~150만 원)과 유지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 수백 세대 단지를 기준으로 하면 수천만 원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효율적 배치와 예산 계획이 필요하다. 기술은 도입만으로 완성이 아니라, ‘운영’이 핵심이다.

 

감시를 넘은 인식 변화, CCTV는 '환경교육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CCTV는 단순한 감시 장비가 아니다. 잘 활용하면 주민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공동체 전체의 환경 의식을 끌어올리는 학습 도구이자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될 수 있다. 특히 재활용장이라는 공간은 공동주택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공용 공간이므로, 여기서의 경험은 주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CCTV 설치 이후 주민들이 분리배출 규칙을 더 잘 지키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것은 단순한 감시 효과가 아니라 ‘인식 변화’가 시작된다는 증거다. 따라서 행정기관이나 관리사무소는 CCTV 설치를 ‘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를 활용해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간 배출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거나, 잘한 사례와 잘못된 사례를 익명으로 공유하여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CCTV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언제’, ‘어디서’, ‘어떤 오류’가 반복되는지를 파악하면, 불필요한 단속 대신 정확한 개입이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는, AI 영상 인식 기술을 접목해 특정 오류를 실시간 알림 하거나, 경고 방송을 자동 송출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은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투명한 운영 기준과 주민의 동의 절차가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 결국, 기술은 사람이 잘 쓸 때 빛을 발한다. CCTV는 그 자체로 환경을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환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재활용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뀔 때, 쓰레기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재활용장 CCTV 설치에 대한 사진